파충류 집사가 꼭 알아야 할 무독성 식물 바이블: 크레스티드 게코 & 개구리 안전 지대 구축법

크레스티드 게코가 안전한 스킨답서스 잎 위에 앉아 있고, 옆에는 독성이 있는 아이비 식물에 금지 표시가 되어 있는 일러스트

"우리 애는 풀 안 뜯어 먹으니까 괜찮겠지?"라는 방심이 비극을 부릅니다. 예쁘다고 심은 식물이 내 소중한 도마뱀에게 독이 될 수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크레스티드 게코와 다트프로그에게 100% 안전한 무독성 식물 3대장과, 화원 식물의 잔류 농약을 완벽하게 제거하는 검역 노하우를 지금 바로 공개합니다.


1. 들어가며: 예쁜 식물이 내 도마뱀을 해칠 수 있다?

크레스티드 게코나 다트프로그, 혹은 트리 프록 같은 소형 파충류 및 양서류를 키우는 집사라면 누구나 한 번쯤 꿈꾸는 로망이 있습니다. 바로 플라스틱 조화가 꽂힌 삭막한 사육장이 아닌, 살아있는 이끼가 바닥을 덮고 덩굴식물이 유목을 감고 올라가는 진짜 숲, 비바리움(Vivarium)을 꾸며주는 것입니다. 자연과 가장 유사한 이 환경은 개체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주어 발색을 좋게 하고, 집사에게는 방 안에 작은 열대우림을 두는 힐링을 선사합니다.

하지만 의욕만 앞세워 무턱대고 화원에서 "이거 예쁘다!" 하고 아무 식물이나 사다 심었다간 돌이킬 수 없는 비극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식물 중에는 포식자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잎이나 줄기, 수액에 강력한 독성 물질(Toxicity)을 품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에이, 우리 애는 충식(벌레)만 해서 풀 안 뜯어 먹는데요?"라고 방심하지 마세요. 사냥을 하다가 실수로 잎을 씹을 수도 있고, 잎 위에 고인 물을 핥아먹을 수도 있습니다. 더 무서운 것은 비바리움 안에 풀어놓은 먹이 곤충(귀뚜라미)이 독초를 뜯어먹고, 그 곤충을 도마뱀이 잡아먹는 2차 중독입니다.

그렇다면 우리 집 게코가 잎 위에서 잠을 자고, 개구리가 알을 낳아도 안전한 100% 무해한 식물은 무엇일까요? 오늘은 비바리움 식물의 제1원칙인 무독성(Non-toxic)과 제2원칙인 내습성(Humidity Tolerance)을 완벽하게 충족하는 식물들을 추천해 드리고, 흙 속에 숨은 농약까지 제거하는 완벽한 검역 매뉴얼을 알려드리겠습니다.


2. 위험한 식물 구별법: 흰 즙과 옥살레이트

식물을 고르기 전, 절대 피해야 할 위험 요소부터 알아야 합니다. 파충류에게 위험한 식물은 크게 두 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2-1. 흰 즙(Sap/Latex)을 조심하세요 (절대 금지)

식물을 고를 때 가장 직관적인 구별법은 잎이나 줄기를 살짝 꺾어보는 것입니다. 벤자민 고무나무, 아이비(Ivy), 유포르비아, 크로톤 등은 잎을 꺾었을 때 우유처럼 끈적한 흰 즙이 나옵니다. 이 라텍스 성분의 즙은 피부에 닿으면 발진을 일으키고, 섭취 시 구강과 식도 점막에 심각한 염증과 부종을 유발합니다. 특히 눈에 튀면 실명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식물은 비바리움 근처에도 두지 마십시오.

2-2. 칼슘 옥살레이트의 딜레마 (조건부 주의)

천남성과 식물(몬스테라, 알로카시아, 필로덴드론, 스킨답서스 등)에는 미세한 바늘 모양의 결정체인 칼슘 옥살레이트가 들어있습니다. 씹으면 입안을 찌르는 통증을 유발합니다. 사실 이 식물들은 비바리움에 매우 흔하게 쓰입니다. 왜냐하면 크레스티드 게코나 개구리는 초식동물(이구아나, 육지거북)이 아니어서 잎을 씹어 먹지 않기 때문입니다. 피부에 닿는 것만으로는 해가 없습니다.

즉, 육식/잡식성 도마뱀에게는 조건부 안전 식물입니다. 하지만 잎을 뜯어먹는 성향이 있는 개체이거나, 귀뚜라미를 풀어놓고 키우는 환경이라면 이조차도 배제하고 고사리나 브로멜리아드 같은 완전 무독성 식물로 가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3. 실패 없는 비바리움 식물 3대장

습한 환경(습도 60~80%)을 좋아하고, 독성이 없거나 매우 낮아 전 세계 브리더들이 애용하는 검증된 식물군입니다.

구분 대표 식물 특징 및 역할
덩굴성
(Climber)
스킨답서스
제주애기모람
생명력 최강. 유목을 타고 오르며 게코의 이동 통로가 됨.
은신처형
(Ferns)
보스턴 고사리
아스플레니움
100% 무독성. 풍성한 잎으로 완벽한 은신처 제공.
구조물형
(Tank)
브로멜리아드
틸란드시아
잎 사이에 물을 가두어 습도 유지. 개구리 산란처.

4. 안전한 식재를 위한 4단계 검역 프로세스

화원에서 사 온 식물을 그대로 심으면 잔류 농약 때문에 작은 파충류는 하루 만에 폐사할 수 있습니다. 세척은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Step 1. 뿌리 털기 (흙 제거)

화분 속의 흙(상토)에는 농약 알갱이, 화학 비료, 그리고 지네나 달팽이 알이 섞여 있을 확률이 높습니다. 화분에서 식물을 꺼내 흙을 최대한 털어내고, 흐르는 물에 뿌리를 씻어 흙을 100% 제거합니다. 흙 없이 뿌리만 남은 상태(Bare root)로 만들어야 합니다.

Step 2. 검역 및 소독 (농약/해충 박멸)

잎과 줄기에 묻은 농약과 보이지 않는 해충(응애, 진딧물)을 없애야 합니다.

  • 농약 제거: 미지근한 물에 식물 전체를 1시간~3시간 정도 푹 담가둡니다. 삼투압으로 조직 내 농약 성분이 빠져나옵니다.
  • 해충 제거 (락스 요법): 락스와 물을 1:20 비율로 희석한 물에 식물(잎과 뿌리 전체)을 1~2분간 짧게 담갔다 뺍니다. 이후 흐르는 물에 꼼꼼히 헹굽니다. (단, 잎이 약한 고사리류는 락스 대신 식초 희석액을 쓰세요.)

Step 3. 식재 및 청소부 투입

비바리움 바닥에 배수층(난석/하이드로볼)을 깔고, 그 위에 일반 흙이 아닌 파충류 전용 흙(코코피트, 바크, 수태 혼합)을 사용해 심어야 안전합니다. 그리고 식물만 심으면 곰팡이가 핍니다. 이를 막기 위해 톡토기(Springtails)등각류(공벌레)를 흙 위에 뿌려줍니다. 이 작은 생물들은 식물의 죽은 잎, 곰팡이, 도마뱀의 배설물을 분해하여 흙을 비옥하게 만드는 자연의 청소부입니다.

"집에 벌레를 푼다고요?" 걱정 마세요!

톡토기는 식물이나 도마뱀을 절대 물지 않고, 오직 곰팡이와 배설물만 먹어치우는 착한 청소부입니다. 크기도 아주 작아서 눈에 잘 띄지 않죠.
비바리움을 썩지 않게 유지해 주는 이 작은 영웅의 놀라운 능력과 투입 방법이 궁금하다면 확인해 보세요.

[곰팡이 순삭! 비바리움 필수 요원 톡토기 가이드 보기]


5. 자주 묻는 질문 (FAQ)

Q. 집에 있는 산세베리아나 스투키를 심어도 되나요?

비추천합니다. 독성은 없지만 생육 환경이 정반대입니다. 이들은 사막형 식물이라 건조해야 사는데, 크레스티드 게코나 개구리는 매일 물을 뿌리는 고습도 환경입니다. 심으면 뿌리가 금방 썩어 물러 죽고, 그 썩은내와 곰팡이가 동물에게 해롭습니다. 물을 좋아하는 식물을 고르세요.

Q. 아이비(Ivy)는 덩굴이라 예쁜데 안 되나요?

절대 금지입니다. 잉글리시 아이비 같은 헤데라(Hedera) 종은 잎과 줄기에 사포닌과 팔카리놀이라는 독성이 있어 파충류에게 위험한 식물 1순위입니다. 모양이 비슷하다고 아무 덩굴이나 심으면 안 됩니다. 안전한 스킨답서스, 제주애기모람, 푸밀라로 대체하세요.

Q. 비료를 줘도 되나요?

화학 비료는 안 됩니다. 파란색 알비료 같은 화학 비료는 동물에게 닿으면 피부 화상을 입힐 수 있고, 녹은 물을 먹으면 위험합니다. 동물의 배설물이 자연스럽게 거름이 되므로 따로 줄 필요는 없습니다. 정 주고 싶다면 지렁이 분변토 같은 천연 비료를 흙 속에 조금 섞어주는 정도면 충분합니다.


비바리움은 단순한 장식이 아닙니다. 내 소중한 반려동물이 숨 쉬고, 잠자고, 살아가는 입니다. 조금 번거롭더라도 오늘 알려드린 무독성 식물 리스트철저한 검역 과정을 꼭 지켜주세요.

푸릇푸릇한 식물 사이로 빼꼼히 고개를 내미는 건강한 도마뱀을 보는 순간, 그 모든 수고가 보람으로 바뀔 것입니다. 이번 주말, 안전한 식물들로 우리 아이에게 작은 숲을 선물해 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