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수를 매일 해도 시약 테스트 결과는 여전히 빨간색(질산염 폭발)인가요? 약품이나 기계 없이 자연적으로 수질을 정화하는 최고의 방법은 바로 부상 수초입니다. 뿌리 자체가 거대한 여과재 역할을 하는 수초계의 3대장, 아마존 프로그비트와 물배추, 생이가래의 장단점을 비교하고 어항을 정글로 만들지 않는 관리 꿀팁까지 알려드립니다.
1. 환수 지옥에서 탈출하고 싶다면
물생활을 즐기다 보면 어느 순간 평화롭던 어항에 위기가 찾아옵니다. 벽면에는 녹색 점 이끼가 콕콕 박히기 시작하고, 아끼는 수초 잎 가장자리에는 보기 싫은 까만 붓이끼가 피어납니다. 물고기들도 왠지 모르게 활력이 없어 보이고 바닥에 몸을 비비기도 하죠. "어? 나 매일 똥 치워주고 환수도 열심히 하는데 왜 이러지?" 하고 불안한 마음에 수질 테스트 시약을 꺼내 봅니다.
검사 결과는 충격적입니다. 암모니아와 아질산은 완벽한 0인데, 유독 질산염(NO3) 수치만 시뻘겋게 치솟아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거든요. 사실 이건 여과기가 일을 너무 잘해서 생기는 아이러니한 상황입니다. 여과 박테리아들이 물고기 배설물의 독성을 열심히 분해한 최종 결과물이 바로 질산염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을 없애려면 끊임없는 환수 노동밖에 답이 없을까요?
아니요. 자연에는 질산염 킬러가 존재합니다. 바로 물 위에 둥둥 떠서 자라는 부상 수초(Floating Plants)입니다. 이 친구들은 바닥에 심는 일반 수초와는 차원이 다른 속도로 질산염을 흡수해 버립니다.
오늘은 약품 한 방울 쓰지 않고 맑고 투명한 쨍한 물을 만들어주는 일등 공신, 부상 수초 3대장의 능력을 낱낱이 파헤쳐 보고 내 어항 환경에 딱 맞는 식물을 추천해 드리겠습니다. (단, 방심하면 순식간에 어항을 뒤덮어버리니 주의사항도 꼭 챙겨가세요!)
2. 왜 하필 물에 뜨는 식물인가? (광합성 치트키)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십니다. "바닥에 심는 수초도 많은데, 왜 굳이 지저분하게 뿌리를 내리는 부상 수초를 써야 하나요?" 정답은 식물의 성장 필수 요소인 탄소(CO2)와 빛(Light)의 독점에 있습니다.
식물이 무럭무럭 자라며 물속의 비료 성분(질산염, 인산)을 먹어치우려면 탄소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런데 물속에 잠긴 수초들은 물에 녹아 있는 쥐꼬리만한 이산화탄소를 겨우겨우 흡수해야 합니다. 밥(탄소)이 부족하니 성장도 느리고, 그만큼 오염 물질을 흡수하는 속도도 더딜 수밖에 없습니다.
고가의 이산화탄소 장비를 따로 설치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죠. 반면, 부상 수초는 상황이 완전히 다릅니다. 잎이 공기 중에 노출되어 있죠? 대기 중의 무제한 이산화탄소를 코로 직접 들이마시는 셈입니다.
게다가 조명과 가장 가까운 수면에서 빛을 독점합니다. [무한 탄소 + 강한 빛 = 폭발적 성장]이라는 공식이 성립하죠. 덕분에 부상 수초는 물속의 질산염과 이끼의 주범인 인산을 진공청소기처럼 미친 듯이 빨아들이며 덩치를 키웁니다. 그야말로 자연산 질산염 제거기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습니다.
3. 부상 수초 3대장 전격 비교
수족관에 가면 다양한 부상 수초가 있지만, 가장 대중적이고 효과가 검증된 세 녀석을 모았습니다. 각각의 장단점이 뚜렷하니 내 취향에 맞춰 골라보세요.
| 식물명 | 정화력 | 특징 및 장단점 |
|---|---|---|
| 아마존 프로그비트 |
상 | [추천] 밸런스 원탑. 100원 동전만 한 동그란 잎이 예쁨. 뿌리가 국수처럼 깔끔하게 내려옴. 관상과 정화 모두 잡은 베스트셀러. |
| 물배추 (드워프) |
최상 | 정화 공장. 장미꽃 모양. 뿌리가 빗자루처럼 풍성해 미세 분진까지 잡음. 단, 뿌리가 너무 길어(30cm 이상) 지저분할 수 있음. |
| 살비니아 (생이가래) |
중상 | 번식왕. 뿌리가 짧아(1~3cm) 시야를 가리지 않음(베타 침대). 번식 속도가 너무 빨라 수면을 금방 덮어버리는 게 단점. |
3-1. 밸런스 원탑, 아마존 프로그비트 (Amazon Frogbit)
가장 강력하게 추천하는 입문용 수초입니다. 개구리밥의 거대 버전이라고 생각하시면 되는데, 잎이 도톰하고 동글동글해서 관상 가치가 매우 높습니다. 무엇보다 뿌리가 지저분하게 퍼지지 않고 국수 가닥처럼 일자로 깔끔하게 내려오기 때문에 어항이 정돈된 느낌을 줍니다. 새우들이 뿌리에 매달려 노는 모습을 보면 정말 귀엽습니다. 다만, 달팽이가 뿌리를 갉아먹으면 잎이 떨어질 수 있으니 주의하세요.
3-2. 정화 공장, 물배추 (Dwarf Water Lettuce)
물 위에 핀 녹색 장미꽃처럼 생겼습니다. 잎에 보송보송한 솜털이 있어 물방울이 맺히는 모습이 참 예쁘죠. 정화 능력만 놓고 보면 단연 탑티어입니다. 잔뿌리가 어마어마하게 발달해서 물속의 질산염뿐만 아니라 미세한 슬러지나 분진까지 흡착해 물을 수정처럼 맑게 만듭니다. 하지만 뿌리가 너무 길고 풍성하게 자라 바닥재까지 닿는 경우가 많아, 소형 어항보다는 깊이가 있는 어항에 적합합니다.
3-3. 번식왕, 살비니아 쿠쿠라타 (생이가래 류)
잎이 올록볼록한 엠보싱 화장지처럼 생겼습니다. 이 친구의 최대 장점은 '짧은 뿌리'입니다. 뿌리가 1~3cm 정도로 짧아서 어항 속 뷰를 가리지 않고 아주 깔끔합니다. 그래서 수류를 싫어하는 베타 물고기의 침대로 인기가 많습니다. 하지만 번식 속도가 공포스러울 정도로 빠릅니다. 며칠만 한눈팔면 수면 전체를 빈틈없이 메워버려 조명을 차단하니, 부지런히 걷어낼 자신이 있는 분께만 추천합니다.
4. 약이 되는 관리 vs 독이 되는 방치
부상 수초는 잘 쓰면 명약이지만, 방치하면 어항 생태계를 파괴하는 독이 됩니다. 건강한 물생활을 위해 딱 두 가지 수칙만은 꼭 기억해 주세요.
4-1. 과유불급: 수면의 50% 법칙
"와, 잘 자란다!" 하고 흐뭇하게 바라보다가 수면이 꽉 막히면 그때부터 재앙이 시작됩니다. 빽빽한 부상 수초가 조명을 차단하여 바닥에 있는 수초들이 빛을 못 봐 다 녹아 죽습니다. 더 무서운 건 산소 부족입니다.
물과 공기의 접촉면이 막히면 밤사이 물고기들이 숨을 쉴 수 없어 수면 위로 입을 뻐끔거리는 위급 상황이 발생합니다. 일주일에 한 번, 뜰채로 과감하게 건져내세요. 수면의 절반은 항상 비워둬야 합니다. 아까워하지 마세요. 걷어낸 수초만큼 질산염이 어항 밖으로 배출된 것이니까요. 그것이 물고기를 살리는 길입니다.
4-2. 녹음을 막는 수류와 물 튐 관리
부상 수초가 자꾸 노랗게 변하거나 뿌리가 녹아서 끊어진다면? 90%는 강한 물살과 물 튐 때문입니다. 부상 수초는 정적인 물을 좋아합니다. 여과기 출수구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이 잎에 계속 튀거나, 물살에 휩쓸려 뱅글뱅글 돌게 되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녹아버립니다. (이를 녹음(Melting) 현상이라고 합니다.)
에어 호스로 동그랗게 원을 만들어 피딩링을 띄우거나, 출수구 반대편에 수초들을 가두어 두는 가드를 설치해 주세요. 잎은 뽀송하게, 뿌리는 잔잔하게 유지하는 것이 폭번의 비결입니다.
5. 자주 묻는 질문 (FAQ)
Q. 조명 없이도 키울 수 있나요?
절대 안 됩니다. 이 친구들은 빛을 먹고 자라는 괴물입니다. 광량이 부족하면 잎이 점점 작아지고(소형화), 색이 누렇게 뜨다가 결국 투명하게 녹아서 수질을 더 악화시킵니다. 창가에 두거나, 어항용 조명으로 하루 6~8시간 이상의 충분한 빛을 줘야 제 기능을 발휘합니다.
Q. 거북이 어항에 넣어도 되나요?
넣으셔도 되지만, 아마 하루 만에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겁니다. 잡식성인 거북이에게 부상 수초는 아주 맛있는 고급 샐러드거든요. 수질 정화용이라기보다는 거북이를 위한 영양 간식 개념으로 가끔 넣어주시는 것이 정신 건강에 좋습니다.
Q. 걷어낸 수초는 어떻게 처리하나요?
물기를 꽉 짜서 일반 쓰레기(종량제 봉투)에 버리시면 됩니다. 절대 하천이나 강에 방류하면 안 됩니다. 번식력이 워낙 강해 토종 생태계를 교란시킬 수 있습니다. 베란다 화분을 키우신다면, 걷어낸 수초를 말려서 화분 흙 위에 올려주세요. 질소 성분이 풍부해서 아주 훌륭한 천연 비료가 됩니다.
Q. 뿌리가 너무 길어서 징그러운데 잘라도 되나요?
네, 됩니다! 뿌리가 바닥재를 건드리거나 미관상 너무 답답해 보인다면 가위로 과감하게 뿌리 길이의 1/3 정도를 쳐내세요(트리밍). 오히려 새 뿌리가 돋아나면서 영양분 흡수가 촉진됩니다. 단, 뿌리를 몽땅 다 자르면 식물이 충격을 받아 죽을 수 있으니 적당히 남겨주세요.
Q. 잎에 구멍이 숭숭 뚫려요.
영양 불균형 혹은 고온 피해입니다. 질산염은 많은데 식물 성장에 필요한 미량 원소(철분, 칼륨 등)가 부족하거나, 조명이 너무 가까워서 잎이 타는 경우입니다. 액체 비료를 물에 극소량 타주거나 조명 높이를 조금 높게 띄워주세요.
부상 수초를 위한 조명, 전기세가 걱정되시나요?
부상 수초는 빛을 많이 요구하기 때문에 식물등을 오래 켜두어야 합니다. 하지만 무조건 12시간씩 켜두는 건 낭비일 수 있습니다.
식물에게 필요한 빛의 양(DLI)만 딱 맞춰서 전기세는 30% 줄이고 식물은 더 건강하게 키우는 시간 계산법이 궁금하다면 확인해 보세요.
어항 물이 잡히지 않아 고민이신가요? 매일 무거운 환수통을 들고 나르느라 허리가 아프신가요? 그렇다면 지금 당장 수족관이나 인터넷에서 아마존 프로그비트 다섯 촉만 주문해 보세요. 단돈 몇천 원으로 여러분의 어항에 24시간 전기도 먹지 않는 고성능 자연 여과기를 설치하는 셈입니다.
찰랑거리는 뿌리 사이로 유유히 헤엄치는 물고기를 보는 것, 그리고 마침내 찾아온 물 맑음의 평화. 그것이 진정한 물멍의 완성이 아닐까요? 오늘 퇴근길에 작은 식물 하나 들여보세요. 물생활의 질이 달라집니다.
